책장정리/내맘대로읽기

느리게 읽는 즐거움, ‘나를 지켜낸다는 것’

Namdol 2014. 12. 15. 22:47



'나를 지켜낸다?'

책의 제목과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첫 물음이었다. 기껏해야 성공의 처세를 한자성어나 여러 고전들을 엮어서 알려주는 정도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목차를 펼쳤다. 깔끔했다. 칭화대에서의 강의로 진행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옮겨서인지 여느 학문의 전공 서적 만큼이나 한 눈에 쏙 들어오는 목차였다.

 

책은 1강부터 9강까지로 구성되어있다. 각 장 마다 ‘수정’, ‘존양’, ‘자성’, ‘정성’ 등 현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힘 즉, 태도와 관련된 한자어가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구성은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아 놓일 수 있는 가치들이다.

 

여느 처세를 논하는 서적과는 확실히 달랐다. 저자가 현대사회와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명확하게 집어냈기 때문이었다. 많은 고전의 구절이 예시로 제시되어도 이질감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사회현상과 고전의 접점을 명확히 집어주는 내용구성 덕분이었다.

 

저자가 바라본 사회의 모습을 읽어가며 무릎을 쳤고 한 장을 여러 번 읽기도 했다. 그만큼 이 책은 곱씹어 읽어보는, 느리게 읽을수록 얻는 것이 많은 책이었다. 저자는 매 장마다 우리를 꾸짖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지만 그가 던지는 화두는 단 한가지이다.

‘얼마나 인격 수양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얼마나 나를 되돌아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꿈을 향해, 자신의 목적을 향해 앞으로 달려가는 태도만이 옳다고 배워온 우리에게 진정으로 ‘나를 지켜내는 힘’은 ‘나 자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는 책이었다. 올 한해가 지나가기 전 책을 펼쳐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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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구절들

 

제1강 ‘수정’ -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

 

정좌를 하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체험을 했던 저의 한 학생은 ‘관심(마음을 살피는 것)의 묘미는 일정한 시간 동안 살펴보아야 자신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파고들 수 있다는 데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더불어 ‘마음을 들여다볼 때에는 마음속에 있는 여러 생각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전부 끄집어내어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자신의 문제점을 끄집어내고 스스로 자신의 등을 찌르는 것과 같다. 기꺼운 마음으로 하나도 남겨둬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남겨두는 것이 있으면 진실한 자신을 볼 수가 없다. 이는 침착하고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내부를 향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결점들을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어떤 경우에는 마음의 저항이 아주 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취약한 지점이 하나하나 드러나는데 평온한 상태로 계속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대개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고 울적한 마음으로 혼자 자책하거나 더는 자신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된 마음을 가져야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자아의 윤곽을 또렷하게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격언련벽>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고

마음을 가라앉힘으로써 들뜸을 제어할 수 있으며

관대함으로 편협함을 제어할 수 있고

느긋함으로 조급함을 제어할 수 있다.

 

제3강 ‘자성’ - 패러다임을 깨고 한계를 허무는 힘

 

여러분 스스로 자신의 심리치료사가 되어 보십시오. 여러분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가장 심하게 아픔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지난 수년 동안 감히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일이 가장 참기 힘든 일인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혹은 관점을 바꾸어 무엇이 지금 가장 강력하게 자신을 지배하는 소망이고, 소망하지만 이룰 수 없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바람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마음을 다해 생각하고 있는지, 나아가 이성적 태도로 그들을 대하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어 그들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러한 자기 성찰은 진정으로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뿐해질 것입니다.

 

제4강 ‘정성’ - 고난의 압박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

 

정호는 외물로 인해 피로하지 않기 위한 관건은 삶의 경지를 한 단계 높여 마음(도량, 포부, 기개)을 활짝 트이게 하는 것(도량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마음에 품은 뜻이 커서 족히 모든 사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연히 ‘정역정, 동역정’ 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뜻밖의 일을 당하면 곧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까닭은 인생에 너무 많은 미련을 품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미련이 우리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고 심지어 대립시켜 타인의 눈과 평가에 너무 민감하게 만들고, 늘 외계의 반응에 따라 마음이 파동을 치도록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 곧바로 마음이 붕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략) 만약 우리가 정말 개인의 이해득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마음이 외부의 제약을 받겠습니까? 때문에 의식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마음이 옹색해지고 인생의 미련이 생긴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리 ‘정성’을 하려 해도 영원히 소망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해결의 길은, 일이 생겼을 때마다 부랴부랴 서두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근원부터 손을 써서 의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각종 명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미련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과 외부 세계를 진정으로 하나로 융합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9강 ‘치성’ -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을 완성하는 힘

 

우리는 어두운 밤 질주하고,

우리는 눈물 속에서 연소되고,

우리는 선택 속에서 냉막함, 처량함, 시기, 슬픔을 감내하고 고통의

시달림을 이겨낸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배려해 주고 불행의 신이 애도를 하고,

우리가 일으켜 세운 돛배가 기우뚱거리면서 짙은 안개 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이때, 그대 입술은 바짝 마르고

이때, 그대 눈동자는 동쪽에서 동이 트는 것을 지켜보고

이때, 그대 음울한 생명 속에 황금빛 노을을 맞이할 수 있길 기대하고

그대는 초조하고, 그대는 기다리며, 그대는 방ㅅ황하고,

바로 그때 진정성이 관용, 자상, 평화, 우애 속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게 울린다.

 

-시 <진정성의 역량> 중에서-

 

어떤 경우 일정한 나이가 되어야 진정함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혹은 자신이 정말로 진정성을 내보인 이후에야 진정성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총명재지와 자신의 실력, 자신의 뛰어난 점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를 훨씬 더 많이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은혜와 의리는 널리 베풀어야 한다. 인생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관점을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과 이익을 나누고, 재산을 나누고, 권력을 나누고 명성을 나누는 것이 바로 즐거움과 행복을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르러 ‘반신이성, 락막대언’ 이라고 이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