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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맛집보다 집밥, 요리가 유쾌해졌다

Namdol 2014. 12. 13. 02:21

[트렌드 &] 맛집보다 집밥, 요리가 유쾌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2014.12.08 01:12 / 수정 2014.12.08 01:32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정식 소개
강레오 등 스타셰프 예능감 돋보여
"식문화 겉만 훑고있다" 비판도

냉장고 속 재료로 셰프들이 즉석에서 요리를 만드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진. 먹다 남은 족발, 신김치 등으로 셰프들은 매회 기상천외한 레시피를 선보인다. [사진 JTBC]

‘직접 만들어 먹는 가정식.’ 요즘 요리 프로의 일관된 테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SBS ‘쿡킹 코리아’ ‘식사하셨어요?’, KBS ‘7인의 미스코리아’,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tvN ‘삼시세끼’ 등 만들어 먹는 요리를 테마로 하는 프로가 선전 중이다. 종영된 프로까지 더하면 올해 가정식에 방점을 찍은 요리 프로는 대충 헤아려도 10개가 훌쩍 넘는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냉장고 속 재료로 셰프들이 15분 만에 뚝딱 요리를 만들어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 겨룬다. 재료라고 해 봐야 먹다 남은 족발, 신 김치 등인데 셰프가 완성한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삼시세끼’는 강원도 정선 시골집의 텃밭에서 뜯어낸 푸성귀로 푸짐하게 한상 차려내고, ‘쿡킹 코리아’는 밥을 맛있게 짓거나 두부·콩나물·달걀로 맛있는 요리를 내놓는 것으로 승부를 벌인다. 최근 종영한 ‘한식대첩2’는 전국 8도의 숨은 요리고수들이 우리 식재료로 한식 대결을 펼쳤다.

 결국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직접 맛있는 걸 요리해 내놓는 얘기로 요약된다. 이미 1970~80년대 요리연구가가 진행하는 주부 대상 요리 프로그램들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전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 계몽적이지 않고 가볍고 재미있다. 뻔한 얘기인데 서바이벌 승부가 결합되고, 솔깃한 새 레시피가 나오며, 연예인들의 재치가 더해지면서 풍성해진다.

대표적 요리 경연 프로인 SBS ‘쿡킹 코리아’(위)와 올리브tv ‘한식대첩2’. ‘쿡킹 코리아’는 새로운 가정식 레시피 개발, ‘한식대첩2’는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요리 대결을 펼친다. [사진 SBS·올리브tv]
 예능감이 풍부한 셰프들의 입담은 재미를 돋우는 양념이다. 일본인이면서 한국에서 활동 중인 셰프 스스무 요나구니는 ‘쿡킹 코리아’에 출연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았으므로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정식은 클래식”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선 스타 6명이 서로의 요리를 은근히 비하하며 주고받는 자존심 싸움이 볼만하다.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인 강레오, 요리전문프로에서 도도한 매력으로 인지도를 높인 최현석, 10년 가까운 방송 경험을 뽐내는 에드워드 권 등이 스타 셰프로 꼽힌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희성 PD는 “유명 셰프들은 예능 경험이 적어도 다른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추다 보니 쌓인 노하우가 있다. 예능을 색다른 도전으로 생각하고 즐기는 모습이 방송을 더 맛깔나게 하는 감초와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맛집 소개 프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가정식 요리를 다룬 프로가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다. 3년 전 영화 ‘트루맛쇼’ 등을 통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방송의 문제점이 폭로되면서 직접 만들어 먹는 방송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는 “음식 방송은 맛집과 고발을 지나 손쉬운 가정식으로 진화했다. 시청자에게 신뢰감을 주면서도 친숙한 쪽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의 요구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식대첩2’의 옥근태 CP는 “큰 흐름에서 대중의 관심은 의-식-주의 순서로 나아간다. 현재엔 대중이 ‘식’의 단계에 있어 요리 프로에 크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은 우리 사회의 변화상도 반영한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주5일 근무제와 웰빙 열풍 그리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극중 김삼순의 직업이 파티셰)을 시작으로 직장인 사이에 요리 배우기 붐이 일었다. 최근엔 캠핑 문화가 확산되며 남자에게 요리가 필수가 됐다. 식품업체 샘표 홍보팀 심선애 차장은 “샘표가 운영하는 요리교실도 2000년대 후반 들며 남자가 부쩍 늘었다. 요즘은 건강에 관심 많은 노년층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고 설명했다. 통계청 서운주 복지통계과장은 “1인 가구와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외식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외식이 늘면서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요리 프로들에 대한 비판도 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 음식에 대한 욕망이 과잉된 사회이다 보니 TV프로도 식문화의 겉만 훑고 있다. 음식의 올바른 유통과 낭비되는 음식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