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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106분 with 위플래쉬>

Namdol 2015. 3. 28. 01:52


위플래쉬 (2015)

Whiplash 
8.5
감독
데미언 차젤
출연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폴 라이저, 멜리사 비노이스트, 오스틴 스토웰
정보
드라마 | 미국 | 106 분 | 2015-03-12

<106분 with 위플래쉬.  그동안 꿈을 함부로 말한 나를 부끄럽게 만든 시간>

처음부터 달랐다. 
관객을 압도하는 드럼사운드와 펼쳐진 몇 초 간에 블랙화면.

마지막도 달랐다. 
상영관을 무대, 앤드류, 플랫처, 드럼, 눈빛으로 가득채우다 드럼 비트에 맞춰 끝나는 섹시한 엔딩까지.
위플래쉬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과 귀와 심장을 미치게 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정말 1분, 1초, 1초를 나노 시간으로 쪼갠 그 시간까지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했던 힘은
바로 앤드류와 플렛처교수의 눈빛, 교감, 그리고 그 둘이 성장하는 그 모든 순간이었다. 

"음악가"를 그저 "밥 벌어먹기 힘든 직업" 이라 생각하는 친척들 앞에서 드럼에 미친 앤드류는 찌질이일 뿐이었다.
그런 앤드류 앞에 플렛처 교수가 나타났다. 
앤드류는 그를 만난 후 가장 섹시해지고, 냉혹해지고, 가혹해지는 인생에서 경험할 수 없는 최악의 순간을 마주했다. 
플랫처가 앤드류에게 선사한 최악의 정도가 세질수록 앤드류는 튕겨나가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다썼다. 
드럼 스틱을 쥔 손의 살덩어리는 떨어져나갔고, 피와 땀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위플래쉬는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화면 장치들로 앤드류의 노력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중반부. 노력만으로 자신의 한계점을 돌파하지 못한 앤드류는 결국
플랫처 교수를 학생을 벼랑 끝으로 몰아낸 '잔인한 교수'로 낙인찍어버리고 세상 속으로 숨는다. 
그렇게 앤드류는 꿈을 좇다가 난폭해진 마치 전투에 혈안되어 있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패잔병이 되었다.

하지만 패잔병인 앤드류를 다시 일등, 일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 사람은
플랫처였다. 우연히 JAZZ BAR에서 마주한 둘. 플랫처는 다시 앤드류를 무대에 세웠고 
한 차원 높게 앤드류를 벼랑으로 내몬다. 놀란 앤드류는 다시 무대뒤로 숨어버리려하지만 이내 다시 무대에 선다. 
그리고 플랫처의 절도있는 지휘를 뒤로 하고 드럼 사운드로 JAZZ BAND를 리드한다. 

다시 도망치려다 돌아와 스틱으로 드럼을 치는 그 순간부터 위플래쉬는 절정을 향해 다다른다. 
위플래쉬의 플롯이 절정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장면은
플랫처 교수가 달라진 앤드류의 눈빛을 발견한 장면이다.  
앤드류의 눈빛은 과거 밴드의 한 자리를 위해 광기어린 눈빛이 아니었다.
진짜 자신의 열망과 마주한, 그리고 그 열망을 실력으로 눌러버린 진짜 일류의 눈빛이었다. 



이 순간부터 위플래쉬는 
앤드류, 플랫처, 무대, 드럼, 눈빛 이 5가지 화면을 
짧고, 드럼 비트에 맞춰진 컷의 연속으로 보여준다. 

그냥 보면 단순한 화면의 빠른 컷의 연속이었지만
관객에게 다가오는 그 장면 하나하나는 심장을 쫄깃하게 할 만큼 강했다. 

그렇게 앤드류의 혼신을 다한, 둘의 교감된 눈빛으로 완성된 곡 위플래쉬와 카라반. 
이 곡들의 마지막 비트와 함께 
끝난 엔딩장면에서 나는 갑자기 울컥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온거지?'
'나는 꿈이 있다고 말하면서 왜 앤드류 처럼 나를 한계에 내몰지 않았던 거지?'
이런 갖가지 생각과 마주했다.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정신이 없었다. 

결국, 106분 후 나는 깨달았다. 꿈을 이루는데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끈기와 노력, 
그리고 두려움, 모욕감, 그 모든 부정적인 순간을 마주할 강심장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식탁에서 회자되는 우등생은 그저 어른들이 좋아하는 
그들이 예상할 수 있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애들이겠지만

진짜 인생의 우등생은 자신이 열망하는 한 분야에 매진하고, 그리고 실력으로 
그 열망을 짓눌러 한 번더 반등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 순간이라도 마주해본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비록 남이 보기에는 외톨이라도, 
하나에 미친 외골수여도. 
그러한 순간과 마주해본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오늘 내 생일에 느낀 이 감정을 어떻게든 유지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위플래쉬 정말 최고의 영화였다. 

I'm here for the reason.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목적, 성장할 때의 그 모든 복잡한 감정과 마주하고 싶을 때마다
이 영화를 다시 돌려봐야겠다. 

오늘 이 영화가 여태껏 받은 생일선물 중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